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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TC.

[앨범리뷰] [Rabbitboy DANCEx3] 아직 어리고 앳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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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렉트로니카를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홈리스너; home listener 다.

이제 나이가 나이인만큼 어디 클럽에 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중년(?)을 위해 전자음악을 틀어주는 곳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홍대에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나서는 편이지만 새파랗게 젊은 아이들이 멋진 옷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걸 보면 뭔가 여기는 내 설 자리가 아니구나 싶다.

=_+;;

그리고 빅비트나 트랜스, 하우스 정도를 좋아한다.

아무튼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집에 처박혀서 일렉트로니카를 듣는 청승을 떨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이런 음반을 GET.

모든 사진은 클릭하면 커진다.

쏘니 뮤직.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박사도 여기 소속이었지 아마?

소니 뮤직에서 등장한 Rabbitboy.

http://www.rabbitboy.co.kr/

이 친구들 홈페이지 같기는 한데 무언가 대단히 난잡하다. -ㅂ-;

일단 나는 이 밴드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이 곡을 들었다는 것을 밝혀둔다.

그 어떤 편견없이 이 음반을 접했다는 의미다.

도착한 음반은 종이 케이스. 흔히 볼 수 있는 플라스틱 케이스가 아니고 종이로 되어 있다. 좀 싸구려 같아 보이기는 한다.

 케이스는 종이로 되어 있다. 환경보호나 원가절감에는 도움이 되겠으나, 속칭 '간지'는 좀 덜하다.

앨범 아트 역시 그저 그런 수준으로 딱히 뛰어나다거나 하지는 않다.

재킷 뒷면.

재킷은 이렇게 열게 되어있다.

 종이 재킷안에는 CD가 곱게 들어있다.

밴드 구성원이 토끼 모양 아이콘으로 들어가 있다.

홈페이지에 가보면 이들의 사진이 있기는 한데, 어딘가 난잡해서 굳이 찾아보고 싶은 기분은 안 든다.

CD가 들어있는 곳 뒷면에는 가사가 적혀있다. booklet은 당연히 들어있지 않다.

CD 아트. CD는 일반 음악CD(CDFS)이며 복제방지장치 같은 것은 없는 듯 하다.

앨범에는 총 11곡이 수록되어 있으며, 4곡은 instrument(보컬 없이 반주만 들어간 버전)이며 한 곡은 가사만 살짝 다른 곡이기 때문에 실제 수록곡 수는 6곡. 수록곡과 재생 시간은 아래와 같다.

1. 비비디바비디부 / 3:24

2. dance dance dance / 3:45

3. goodbye goodboy / 3:53

4. 동거이야기(clean ver.) / 3:37

5. that's allright / 3:37

6. ko / 3:21

7. 비비디바비디부(instrument) / 3:24

8. goodbye goodboy(instrument) / 3:53

9. that's allright(instrument) / 3:37

10. ko(instrument) / 3:21

11. 동거이야기(dirty ver.) / 3:37

모든 곡이 3분 30초 내외로 마무리되어 있으며 1절 - 간주 - 2절로 이어지는 대중가요의 전형적 작법을 따르고 있다. 애초에 방송활동도 염두에 두고 만든 것 같다.

각개 격파

1번 트랙 "비비디바비디부"는 얼마전 유행했던 모 이동통신회사의 광고에서 모티브를 따 온 것 같다.

원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주문이었다고 하는데, 사실 이 주문을 먼저 써 먹은 쪽은 SKT가 아니고 만화 드래곤볼이다. 드래곤볼을 보면 비비디, 바비디, 부(이 놈은 최종 보스)라고 하는 녀석들이 나온다.

어쨌거나 요즘의 세태를 꼬집는 듯한 가사와 경쾌한 템포가 인상적인 곡.

2번 트랙 "댄스 댄스 댄스"는 일렉트로닉의 장점을 살린 곡이다.

소리를 변조하고 꼬아서 만든 곡으로, 이 곡만은 보컬 제거 버전이나 다른 버전이 없다.

이 앨범의 이름이 댄스 댄스 댄스인데, 그렇다면 이 곡이 메인이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의 가벼운 곡이다.

한국 일렉트로닉 중 명반으로 꼽는 달파란&병준의 "모조소년" 곡들과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다.

3번 트랙 "굳바이 굳데이"는 좋았던 시절이여 안녕~이라는 느낌의 가사를 담고 있다. 사운드가 특히 돋보이는데, 인스트루멘탈로 들어보면 단연 돋보인다.

4번 트랙 "동거이야기" 동거녀에게 차인 남자가 욕을 한바탕 쏟아내는 곡인데, 깨끗한 버전은 방송용(?)으로 욕설이 없고 11번 트랙 더러운 버전은 약간의 욕설이 들어가 있으나 기본적으로 별 차이 없는 같은 곡이다.

5번 트랙 "That's alright"는 메탈풍 곡으로 샤우팅 창법의 보컬이 큰 의미는 없는 대사를 읊는다.

6번 트랙 "ko" 역시 5번 트랙의 연장으로, 샤우팅 창법과 공격적인 가사가 특징이다.

앨범 총평

electronic은 20세기 말에 엄청난 붐이 일었다가 지금은 사실상 죽어버렸다고 봐도 좋다.

최근 프로디지의 구 멤버 몇몇이 다시 뭉쳐 옛 이름을 걸고 새 앨범을 내기도 했지만 과거의 충격과는 거리가 먼 무난한 물건이었고, 그 전에 프로디지의 이름을 걸고 나왔던 "Always Oungunned and Ounnumbered" 역시 쥐어짠듯한 느낌의 평작이었다.

그나마 명맥을 잇고 있는 일렉트로닉 뮤지션이라면 내놓는 앨범마다 명반인 The Chemical Brothers나(물론 Believe는 판매량도 안 좋았고 나도 별로였다) Moby나 또 누가 있지? 아, LCD Soundsystem이나 근래의 Infected Mushroom 같은 친구들도 좋은 소리를 들려주고 있으나 예전처럼 우글우글한 상황은 결단코 아니라고 말 할 수 있다.

Orbital은 해체해버렸고 한때 날고 겼던 뮤지션들도 신보는 커녕 소식을 듣기도 어렵다.

Daft Funk도 신보 소식은 안 들리고(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회사경영에 열심히라고) Underworld는 정말 언더월드로 들어가버린 모양이고 그 밖에 20세기 말에 활약했던 뮤지션들은 요즘 여러가지로 춥고 배고픈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이런 험난한 시국에 엘렉트로닉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나왔다는 거 하나로도 나 같은 전자음악의 팬에게는 기쁜 일이다.

그런데 국내 대중가요시장을 살펴보면, 사실상 모든 음악이 전자음원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전자음악이라 굳이 구분하는 것이 웃기는 상황이다. 어쿠스틱이나 unplugged를 들을 수 있는 곳은 이제 생음악 연주 하는 카페나 술집 정도일까?

소녀 아이돌 그룹이 부르는 댄스곡들의 반주는 예외없이 전자음원이고 심지어 발라드나 트로트에서도 전자음원이 쓰이고 있는 마당에 일렉트로닉이라는 카테고리를 넓게 적용시키자면 그 어떤 곡도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그러나, 물론, 아주 당연하게도, 그런 곡들을 일렉트로닉으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U2가 오렌지를 시작으로 일렉트로닉에 몸을 던졌다고 해서 그들을 Electronic의 대부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The Chemical Brothers를 일렉트로닉의 황제라고 부를지언정 U2는 그냥 U2일 뿐이다.

래빗보이의 한계는 이 지점에 있다.

홈페이지에서는 자신들을 "일렉트로니카"와 "락"이 결합된 밴드라 주장하고 있다.

방송을 염두에 두고 3분 내외로 곡을 맞춘 것은 좋다.

이제 1집을 내는 젊고 어린 친구들, 게다가 소속사도 없고 특별한 스폰싱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정도의 프로듀싱 능력을 발휘했다는 것은 과연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일렉트로니카라는 이름을 걸기에는 포-쓰가 부족하다.

락이라는 이름을 걸기에도 아직 많~이 어리다.

일렉트로닉+락이라고는 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두 마리 토기를 모두 잡는데는 실패한 것 같다(아, 이 친구들 밴드 이름이 토끼였지?).

락이라고는 하지만 가사는 어정쩡한 대중가요 수준에 머물러 있고, 가창력은 아직 덜 익었다.

대선배들이나 유명한 뮤지션과 비교하자면 온당치 못하겠다 여겨질지 모르겠지만, 정식 음반을 내고 시장에서 경쟁한다면 당연히 비교될 수 밖에 없다.

가창력은 모자라고 가사의 호소력도 부족하며, 특히나 동거이야기 같은 곡은 너무 어린 티가 난다.

1번 트랙 "비비디바비디부"에서는 좀 분위기 잡고 뭔가를 비꼬려고 시도해 보기는 했지만, 별 감흥은 없었다.

특히 락이라는 장르는 듣는 사람들이나 만드는 사람들이나 자존심과 수준이 대단하여 함부로 이름을 걸었다가는 개망신 당하기 딱 좋은 장르다.

문희준이 그렇게 동네북이 되었던 것은 (대부분이 예능프로에 나와서 한 농담이기는 했지만서도) 자신이 "락"을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다들 기억할 것이다.

락이라는 카테고리는 함부로 가져다 붙일 수 없는 것이다. 헤드뱅잉만 한다고 해서, 샤우팅 창법만 흉내낸다고 해서 락커라고 할 수 없다. 가사를 좀 그럴 듯 하게 붙여 쓴다고 해서 락의 정신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레빗보이의 이번 음반에서, "락"은 그저 흉내내기에 불과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럼 락이 아닌 일렉트로닉 쪽은 어떤가?

결론만 말하자면 "락"보다는 꽤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들려오는 사운드는 꽤 고민을 한 흔적이 보인다. 특히 무 보컬 버전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순도 높은 일렉트노니카의 냄새가 조금 난다.

문제는, 보컬을 위해서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맞춰져 있다보니 매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보컬이 없이는 인스트루멘탈이 좀 심심하다. 애초에 보컬을 고려해서 짜넣은 사운드이다 보니 보컬이 없으면 절름발이가 되는 것이다.

다른 일렉트로니카 밴드의 곡들을 한번 살펴볼까?

Infected Mushroom이라는 친구들이 래빗보이와 어딘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이들의 Becoming Insane(7:20)이라는 곡은 일단 래빗보이의 곡들보다 두 배는 길다.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충분히 날 뛸 수 있는 시간이다.

또 이 친구들도 창법은 메탈이나 락에서 가져왔다. 하지만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포기하지 않고 보컬은 뒤로 물러나 있다. 그러면서도 보컬이 상당히 강력해서 싶은 인상을 준다.

프로디지의 절정기였던 Fat of the land 때를 보는 듯 하다.

래빗보이는 그런 에너지는 느껴지지만 아직 정제가 덜 되어 있다. 락은 설익었고, 그나마 좀 쓸만한 일렉트로니카가 어설픈 "락"의 시다바리 노릇이나 하다가 묻히고 있다.

또한 여러가지 사운드를 가져오고 샘플링도 높은 수준으로 마무리되어 있는 것은 좋지만, 전체적인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이것이 래빗보이만의 사운드다! 라고 말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의미다.

Neil Van Goch의 Pulverturm 2.0이라는 곡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일렉트로니카에서 비트는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다. 그리고 비트의 바리에이션이 몇 개 없이도 충분히 곡을 이끌 수 있다.

래빗보이의 곡들은 전체적으로 다양한 비트와 사운드를 조합해서 곡을 이끌고 있는데, 이는 결국 일관성을 떨어뜨리고 듣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결국 어디서 들었던 것 같은데? 나는 몰개성으로 귀결된다. 아마도 경험부족이라고 생각하지만 앞으로의 작업에서는 이 부분을 신경써야 할 것이다.

한 두개 비트를 뚝심좋게 밀고 나가는 우직함이 아쉽다.

또 방송활동을 의식한 것인지 전체적으로 3분30초 내외로 맞춰진 곡은 너무나 "대중가요"스러워서 언더그라운드 밴드의 파격이나 참신함 같은 것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실망을 안겨주기 충분하다.

한 두곡 정도는 실험적인 곡을 넣어도 좋지 않았을까.

긴 곡이 꼭 좋은 곡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다른 일렉트로니카 밴드의 곡들은 10분을 우습게 넘어가는 것도 흔하다.

 

요약하자면, 신인치고는 높은 완성도로 마무리된 앨범이지만,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엎어져버렸다.

특히 경험부족에서 오는 미숙함과 어린티가 앨범 전체에 묻어나서, 나 같은 경우 한 번 듣고 나서 다시 듣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가능성은 충분히 보였다.

완숙미가 갖춰진다면 앞으로 훨씬 더 좋은 소리를 들려 줄 수 있을 듯 싶다.

어설픈 인스트루멘탈 보다는, 애초에 보컬을 고려했다면 그 방향으로 확실히 대중가요스럽게 나아갈 일이다.

만약 일렉트로니카를 굳이 붙이고 싶다면 애초에 보컬없이 기획해서 확실한 비트와 사운드를 들려주는 곡이 한 두개 정도는 있어야 한다.

다음 앨범에 기대를 걸어본다.

 

평점 : so-so ★★★☆☆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Image Generator]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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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怪獸王 2009.09.30 14:16

    사이트에서 뭐 좀 보려고 했더니 말씀대로 상당히 난해하게 되어 있어서 포기했습니다 -0-.

    • FROSTEYe 2009.09.30 14:18

      아마 자력으로 해결 한 것 같은데, 용기는 가상하지만 디자인 측면에서는 영 아니더군요.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해 보입니다.

  • 모노피스 2009.09.30 17:21

    예상?이지만 멤버 중 보컬?은 디지라는 이름으로 예전에 815밴드에서 보컬로 활동한 사람입니다.
    앨범냈다고 오늘 아침에 문자왔더군요. ㅡ.ㅡ;; 허허

    이런 우연이...오랜만에 들렀다 갑니다. 광고가 많이 줄어든 느낌...ㅋㅋ

    ..토끼소년들이라...흠...

    갑자기 빨간토끼님이 보고 싶어졌;;;

    • FROSTEYe 2009.09.30 17:49

      네 대충 좀 알아보니 예전 경력이 좀 있는 분들도 껴 있더군요.

      문제는 너무 힘이 들어갔다랄까?

      두 마리 토끼 잡으려다 다 놓친 느낌. >.<

      ㅎㅎ 언제 벙개나 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