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hoto/Photography

소니 디지털 카메라 Sony DSC-F828

지털 카메라하면 소니의 F707(혹은 F717)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소니는 특유의 프론티어 정신(좋게 말하자면 개척자 정신...)으로 여러가지 재미있는 디카를 내놓았는데, 그 와중에 F707이라는 대박이 터집니다.

15년전 당시 10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으로 상당한 고가였고, 미디어도 메모리스틱(...소니의 개척자 정신!)을 사용하는 등 접근성이 영 떨어지는 기계였지만, 특유의 개성으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L자 형태로 꺾인 특유의 은빛 외관은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띄었죠.

2000년대 초기, 필름 카메라 시장이 빠르게 저물면서 DSLR의 여명기가 막 시작되고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이 잠깐 F707이나 F717 같은 소위 하이엔드 디카들이 설 자리가 있었던 것이죠.

F707이 전설의 명기로 이름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나이트샷(적외선 촬영) 기능이었습니다.

적외선 촬영을 이용하면 어두운 곳에서도 (당시 기준으로) 볼만한 사진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 Nightshot 기능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가들처럼 야간 촬영을 주로 하는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재미있는 게, 나이트샷 기능은 낮에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낮에 적외선 카메라로 수영복 같은 얇은 직물을 찍으면 그 뒤의 살갗이 찍히는 경우가 있는데요, 소위 투시 카메라가 되는 거죠.

그래서 음험한 목적으로 사용하려는 일부 범죄자들 때문에, 낮에는 쓸 수 없도록 설계상 제한을 가한 것입니다.

물론 대낮의 적외선 촬영은 도촬용이 아닙니다.

필름 시절부터 적외선 필름이나, 적외선 필터가 존재했습니다.

적외선 촬영은 일반적인 가시광선을 담은 사진과는 전혀 다른 색감과 느낌을 선사하기 때문에, 특이한 느낌을 얻기위해 요즘도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F707은 약간의 개조를 거치면 낮에도 적외선 촬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중고로 싸게 구해서 적외선 카메라로 써먹는 사람들이 좀 있었습니다.

물론 도촬은 범죄입니다! 명심합시다!!


빻빠라빻빻 F빻2빻

F707과 F717의 성공에 이어 소니는 2003년 DSC-F828을 내놓습니다.

DSC(Digital Still Camera) F 시리즈의 전통이랄까, F505부터 F717 까지 이어오던 은빛 디자인을 버리고, L자형 디자인만 유지하여 시꺼먼 카메라를 만들었습니다.

좀 더 프로페셔널 하게 보이게 하고 싶었던 것 같네요.

결론부터 적어보자면 F828은 망했습니다.......

결과물에 보라색 수차가 너무 심하게 발생해서 별명이 "보라돌이"였죠.

결과물만 양호했다면 꽤 히트를 칠 수 있었겠지만, 보라돌이라는 오명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달까요.

하드웨어 자체는 소니 스타일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꽤 괜찮았습니다만 역시 사진기는 사진으로 평가받는 법이죠...


2/3인치 4색(RGBE) HCD(Hole-Accumulation Diode) CCD를 사용했습니다. 8백만 화소. 무게는 906g으로 다소 무거웠습니다.


4색 CCD를 썼는데... HAD는 별 의미없는 공정을 나타내는 소니의 상표명입니다. 보통 카메라는 R-G-G-B(빨-녹-녹-파) 패턴입니다. Green 하나를 Emerald로 대체한 것인데, 소니는 이걸 개발해 놓고는 지금은 쓰지 않습니다. 망했단 얘기죠!


소니는 예전부터 Carl Zeiss와 제휴하고 있습니다. F717 까지는 T* 코팅이 없는 짝퉁 차이스 였습니다만, F828은 제대로 T* 코팅을 갖추게 되었죠.


조리개 값 2-2.8의 가변 조리개, 7.1-51mm의 초점거리를 가지는 Vario-Sonnar 렌즈를 채용했습니다. 135 포맷 환산 28-200mm 정도입니다. 7배라는 상당한 고배율 줌렌즈이지만 조리개값은 2.8 이하로 유지 했습니다.


F717에서 한단계 더 나아간, 부드러운 곡선 처리가 돋보이는 디자인입니다. 셔터도 누르기 좋게 톡 튀어나왔고요. 지금 기준으로도 꽤 훌륭한 디자인입니다.


후드를 끼우면 꽤 거대했습니다. 무게도 1kg에 육박하여 무거운 편이었고, 뭐랄까 전문가용 장비처럼 보이게끔 만들려는 의지가 엿보이죠?


Carl Zeiss 마크를 박아놨습니다. 기타 잡다한 조작 버튼이 옆구리에 있습니다. 버튼에서 알 수 있듯, 나이트샷 기능은 건재합니다.


소니 특유의 오돌토돌한 모드 다이얼, 그립 부분의 유려한 곡선 디자인, 줌/초점 링 표면 처리 등, 기본 골격은 F717이지만 F828만의 새로운 시도도 많았습니다.


기계식 줌을 돌리면 경통이 튀어나오는 구조입니다. 필터 구경은 58mm. 무려 14bit DAC(Digital-Analog Converter)에 RAW 촬영도 지원했습니다!

내장 플래시가 올라옵니다. 핫슈도 있어서 외장 플래시도 쓸 수 있었습니다.


아직 미놀타를 집어먹기 한-참 전이라, 소니의 독자 규격 핫슈를 썼습니다. 범용 오토 플래시도 쓸 수는 있었습니다.


이 당시의 소니 카메라들은 뭐랄까, 참 쓸모없이 버튼만 많이 달아놨다는 느낌. 미놀타를 집어먹은 이후 나오는 요즘은 UX가 많이 다르고, 훨씬 나아졌습니다.


소니 카메라라서 소니의 개척자 정신(...)에 빛나는 메모리스틱을 씁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CF 카드를 쓸 수도 있게 만들어놨습니다! 그러나 소니는 이 이후로도 한동안은 메모리스틱을 포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1.8인치 TFT LCD 모니터가 후면에 붙어있습니다. 소니의 액정 화질은 예전부터도 꽤 좋았죠. 동급 최강. 전원 단자 등이 후방 커버 안에 숨어있습니다. 상단에 조이스틱이 보입니다. 그리고 쓸데없이 많은 버튼들...


DSLR 마냥 상단에도 액정 화면을 제공해서 간단한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별 쓸모는... -_- 전자식 뷰 파인더가 따로 달려있습니다. 밝은 대낮, LCD 보기 힘들 때 유용합니다.


640x480 사이즈의 동영상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개척자 정신에 빛나는 소니의 독자규격인, 메모리스틱 "프로"를 쓰면 무제한 촬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다이얼이 달려있는데 후방에만 달려있습니다. 전면 다이얼은 공간의 문제인지 없어서 아쉬운 부분.


AE Lock을 엄지 손가락 닿을 정도의 위치에 놓는 등 나름 신경을 썼습니다.

DSC-F 시리즈의 전통이자 특징, LCD 모니터 부분이 이렇게 꺾여서 로우 앵글이나 하이앵글 촬영에 유리했습니다.


계는 참- 좋았습니다.

소니의 물건 만드는 능력은 예나 지금이나 수준급이라서(요즘은 그룹 자체가 망해가고 있지만...), 묵직하고 단단한 느낌이 아주 훌륭했습니다.

그러나 국내 해외 원산지 일본을 막론하고, DSC-F828의 리뷰에서 꼭 나오는 부분...

색수차....

보라색 수차가 너무 심해서 뭘 찍어도 사진에 보라빛이 감돕니다.

사실 수차는 보정하면 쉽게 없앨 수는 있긴 합니다만, 다른 카메라들은 수차가 적거나 없으니 큰 약점이 될 수 밖에 없었죠.

오죽하면 카메라 별명이 보라돌이였겠습니까.

수차만 빼면 화질은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T* 코팅 발라놓은 노력이 안타깝게도, 시장에서 F707이나 F717 만큼의 반응은 얻지 못했습니다.

이후 소니에서 나오는 디카들은 점점 더 빻기 시작해서... 아주 기나긴 침체기를 겪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