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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Photography

렌즈의 색감 운운하는 작자는 100% 초짜다

SLR클럽이 1등 공신이다.

무엇의 공신이냐?
다름아닌 잘못된 지식을 전파하는 데 있어서의 1등 공신이다.
그 밖의 카메라동호회 등도 마찬가지다.
캐논은 인물색감이 화사하다느니, L렌즈가 최고로 좋다느니, 니콘의 F마운트는 직경이 작아서 디지털로 135를 구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느니[각주:1], 칼 차이스는 기술이 없어서 AF렌즈를 못 만든다느니 같은 헛소리를 지껄이고 다니는 작자들이 지천에 널려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웃기는 말이 바로 색감에 관련된 말이다.
"색감."
일단 우리 눈에 대해서 설명해야 겠다.

1. 사람마다 보는 '색'이 다르다
공산품을 제조하다보면 공차라는 것이 생긴다.
같은 라인에서 찍어내는 상품이라고 해도 조그만 오차가 있어서 개체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법이다.
조그만 오차가 너무 커지면 불량품이 나오고, 오차가 거의 없이 설계도에 100%에 가깝게 나오면 그 물건은 "One of Thousand"가 된다.[각주:2]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들도 이런데,
사람 눈은 어떨까?

람의 눈이 어떤 기준이 있어서 인류가 그 기준에 적합한 눈을 모두 가지고 있다면 색감이라는 말이 성립할 것이다.
니가 봐도 A색이고, 내가 봐도 A색이니 절대적 색기준이라는 것이 생길 것이고, 사진이든 그림이든 어떠한 색감이 있어서 객관적 평가가 가능해질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눈은 개인차가 아주 심하다.
가장 극적인 예가 노안과 시력이다.
예를 들자면 사람이 나이가 먹으면 보라색이 더 잘 보이고 시력이 나빠진다.[각주:3] 몽골 초원에 사는 사람들은 시력이 5.0인 경우가 있지만 도심지에 사는 사람들은 1.0 이하의 근시가 많다.

한 색맹이 '질병'이어야 한다.
사람마다 보이는 색이 같다면 색맹이라는 것이 있을 수가 없다.
그러나 색맹은 존재하며, 더불어 색맹은 색이 '완전히 보이지 않는' 질병이 아니다.
특정 색에 대한 반응이 좀 굼뜬, 즉 색에 대한 반응이 일반인과 조금 다를 뿐인 것이지 질병이 아니다.
이렇기 때문에 사람마다 색에 대한 기준이 달라질 수 밖에 없고 색감은 주관적인 영역에 머루를 수 밖에 없다.
사진가가 A라는 색감을 의도하고 촬영한 사진을 보고 B라는 색감으로 인식할 수도 있는 것이 사람의 눈이다.
절대적인 기준에 의한 색감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2. 렌즈에 의한 색감
특정 브랜드에 대한 맹신을 넘어 광신에 가까운 일부 소위 "빠"[각주:4]들이 이런 주장을 자주 하는데,
특정 렌즈가 색감이 죽인다느니, 뭔가 다르다느니, 하는 주장들이 그것이다.
내가 직접 목도한 것만 봐도, 라이카 렌즈는 작살이라서 찍으면 중형보다 그레인이 좋다느니(어이없다), 장님들이 손으로 깎아서 렌즈를 만든다느니(공장에서 만든다),

 

라이카 올드 렌즈들. 물론 특정 시대까지의 렌즈들 중에 '손으로' 깍은 렌즈가 있기는 있다.

 

캐논 L렌즈는 형석렌즈가 들어있어서 인물 색감이 졸라 좋다느니(요즘은 인조 형석을 사용하고 다른 메이커에서도 다 사용한다), 니콘렌즈의 사실적인 표현과 색감은 다른 렌즈들이 못 쫓아온다느니(.......), 하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자랑스레 떠들고 다니는 작자들이 많다.

 

런 주장이 만약 진짜라면, 상업작가나 기자들은 절대적 기준에 의한 '제일 좋은 렌즈'를 들고 다녀야 할 것이다.
사람마다 색을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고, 100점 만점에 98점, 이렇게 점수를 매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색감이란 내가 해당 사진을 '이렇게 보았다'는 말 이하도 이상도 아닌 지극히 주관적 견해일 뿐이지, 그것이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의 렌즈와 카메라들은 색감이나 공간주파수 등의 광학특성이 서로 비슷비슷하다.
디지털의 경우에는 카메라의 프로세싱 관련 파라메터를 어떻게 설정했는가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경우가 더 많지, 렌즈가 바뀌었다고 색감이 럭셔리해진다거나 고져스 해지는 것이 아니다.
설령 렌즈에 의한 색감이 존재하더라도 후보정 과정에서 마음대로 가공할 수 있는 세상이다.
작가가 이런 저런 의도를 가지고 사진을 만졌다면 이미 그 사진은 소위 "렌즈의 고유 색감"에서 벗어난 지 오래일 것이다.


3. 빛이 달라지면 색도 달라진다.
더군다나 색이란 물체에 빛이 부딪혀서 반사한 것을 눈이 흡수해서 인식하는 것이다.
때문에 빛이 달라지면 당연히 색도 달라진다.
형광등 밑에서 보는 사진과 백열등 밑에서 보는 사진은 같을 수가 없다.
어두운 곳에서 보는 사진과 햇볕 아래에서 보는 사진이 같을 수가 없다.
조명의 색온도에 따라 사진의 색도 달라지기 때문에 절대적 기준 같은 것은 절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완벽히 통제된 실험실 환경에서라면 모를까, 우리가 접하는 일반적 상황에서는 그런 실험실 환경은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그곳이 사진 전문 전시장일지라도 말이다.


4. 웹에서의 사진과 모니터의 문제
최고의 코미디는 웹브라우저나 기타 사진 뷰어를 켜 놓고 그것을 모니터로 들여다보면서

"오 이 사진은 색감이 죽이는군"

이라고 중얼대는 것이다.
일단 국내에서 제일 많이 사용하는 OS와 웹브라우저를 생산하는 MicroSoft의 제품들은 색공간이라는 개념이 없다(매킨토시에는 있다. 맥이 윈도우즈에 비해 뛰어난 몇 안되는 장점 중 하나다).
윈도우즈와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색공간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단순히 sRGB 색공간만을 표현하고, 그마저도 모니터에 의해 달라진다.
LCD모니터는 sRGB를 표현하기에도 턱없이 모자라며, CRT모니터는 쓰다보면 조금씩 열화되기 때문에 나중에 보면 처음 샀을 때와 색이 달라보이는 것은 물론이요, 주사선을 쏘는 아날로그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같은 제품이라도 개체마다 색이 조금씩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역시 캐논!"
"역시 라이카!"


라고 하면


"나 좆병신이고 조또 모르는 초짜야"

라고 선언하는 꼴이다.

5. 남이 보는 것과 내가 보는 것은 다르다
최근 나오는 카메라와 렌즈는 모두 성능이 뛰어나고 우수하다.
차이가 있다 해도 아주 조그마한 차이일 뿐이다.
명품 가방과 최근 시장에서 나도는 짝퉁 가방이 다른 점은 가격 뿐이듯, 시그마 렌즈가 L렌즈 보다 못하다고 해서 '몹쓸' 렌즈가 아니다.
어떤 써드파티 렌즈들은 캐논이나 니콘 보다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기도 한다.
10만원 짜리 렌즈와 1000만원 짜리 렌즈가 가격 차이처럼 1000%의 성능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다.
더불어 렌즈마다 색감차이가 있다고 하는 병신이 있다면 그 좆병신 말은 무시해라.
"그냥 내 모니터로 이 사진을 봤더니 이런 느낌이 있다"
정도를 마치 절대적 색감이 존재하는 양 부풀려 말하는 작자가 전문가일 가능성은 Zero Percent다.

"나는 이런 카메라와 이런 렌즈를 좋아한다"는 말은 성립할 수 있지만,
"이 렌즈는 이런 색감을 가지고 있어서 좋다/나쁘다"란 말은 성립할 수 없다.


사진 이론 관련 다른 글 보기

http://www.frosteye.net/category/Photography

 

 

  1. D3와 D3X의 등장으로 이런 말은 쏙 들어가게 됐다. 물론 니콘은 135가 아니라 FX포맷이라고 하고 있지만. [본문으로]
  2. 밀리터리 마니아라면 알고 있는 말이겠지만, 모른다면 왜 [윈체스터 '73]이라는 영화나, 만화 [씨티 헌터]를 보라. [본문으로]
  3. 정확히 말하자면 보라색 파장을 더 잘 흡수하게 되며 수정체나 각막 등이 노화한다. 또한 노년의 화가들 그림을 보면 보라색이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모네가 있다. 그의 말년 그림을 찾아 보자. [본문으로]
  4. 니빠(니콘 빠돌이), 캐빠(캐논 빠돌이), 라빠(라이카 빠돌이), 펜빠(펜탁스 빠돌이) 등등등... [본문으로]
  • 2009.06.18 15: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업계 게이업계 주류업계 빨간업계 파란업계 찢어진업계 등등


    세상 업계에는 두뇌명석한 민주어린이들이 너무 많져 ㅋㅌㅌ

    • 대부분은 업계인이 아닌데 업계인인 척 하는 것 같습니다.

      *_*

      업계인이 저런 소리 한다면 그건...

  • 창피하지만 2000년에 SLR 클럽 초대 회원입니다. 현재는 가입된 상태에서 눈팅만 하죠
    2002년 월드컵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 상당히 좋고 정보 공유 개념이 많았지만
    그 후로는 회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상당히 안좋아 지더군요^^
    활동 중지하고 혼자 활동하고 있습니다만...

    SLR클럽은 돈지랄 돈자랑하는 곳 맞습니다.
    집도 월세 차도 10년된 차 끌고 다니셔도 가정에는 일안시하며 카메라는
    수천만원짜리 들고다니시는 이해안가는 분들도 많지요
    취미를 떠나 광신도분들이 많습니다 사진계는...
    가족을 돌보며 자신의 안위를 보살필줄 아는 사진가가 진정한 사진가죠
    ^^

    좋은글입니다~!

    • 요즘은 블로그를 하면서, 과연 커뮤니티라는 것이 필요할까? 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아무튼 사진의 사자도 모르면서 장비만 좋은 다이아반지를 족발에 걸친 돼지우리죠...

    • 100%고오감합니다~!

  • 맞는 말씀입니다.
    색에 대한 것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생각인데, 참 재미있는 말을 하는 분들이 많죠.
    사진은 카메라나 렌즈가 아닌 사람이 찍는 것이지요. :-)

    • 물론 도구가 좋으면 더 좋은 사진을 건질 가능성도 더 높기는 하지만,

      도구의 능력을 10%도 끌어내지 못하는 사람이 좀 많은 편이긴 합니다.

    • 그렇죠 저같은경우는 캐논 D60(예전기종이죠 8년차^^;)
      반도 못뽑습니다 ㅠ_ㅠ 아직도 사용중인데요 ㅎㅎ
      다만 아쉬운것은 해질무렵 당시가 쥐약이라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그럽니다 ㅋ
      그냥 요즘기계 저노이즈만 부러울뿐이고 ㅠ)ㅠ

      다른건 감흥이 안오네요 ㅎㅎ

    • 저도 잠깐이나마 친구 녀석 것을 빌려서 D60을 사용했었습니다.

      훌륭한 카메라죠. 만듬새는 나중에 나온 제품들보다 더 단단하고 묵직했던 기억이 납니다.

      ^^

  • 편견타파 릴레이를 보는 기분인데요?
    흐음.. 전, 똑딱이 새로 안사고, 2001년에 샀던 (아마도 마지막일 것같은데) 자동 필름 카메라를 들고 다녀볼까 합니다. 딱 일주일 쓰고, 상자채 고이 모셔져 있었어요. 마침 그때 산 필름도 다섯통 있는데.. 상온에 오래 놔두면 안된다면서요? ㅠ.ㅠ
    이 참에 안되는 거 어떤 모양새로 나오는가.. 찍어볼라꼬요~
    근데, 밧데리가 일반 건전지가 아니어서, 에~ 사놓은거 많은데 어디다 처박아놨는지.. ㅠ.ㅠ
    고거 살라니 쪼꼼 아깝네요. ㅋㅋㅋ
    낼이나 마트 나가서 건전지 사다가, 찍어볼 참입니다. 뭐.. 안나오면 말고~ 새 필름 사죠 머~ ^^ (두근~ 두근~ )

    • 10년 정도까지는 잘 나옵니다. 새것처럼 쌩쌩하지는 않겠지만 이게 뭔지쯤은 구분할 수 있습니다. ^^;;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보세요...

  • 렌즈 얘기 잘 읽었습니다.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렌즈가 됐든 카메라를 잘 '들이대느냐' 아니냐가 좌우하는 것이겠죠.
    필카 얘기가 나왔으니 좀 물어봐도 될까요? 요즘 값싼 클래식 카메라 10만원 이내로 하나 구하고싶은데, 예를 들면 리코 G500 같은거요. 작고 예쁘면서 튼튼한 걸루. 어디서 구하죠?

    • 10만원 내외로는 중고 거래가 제일 좋은 선택입니다.

      SLR클럽 자체는 쓰레기지만 중고장터는 제일 활발하니 그 쪽을 디벼보시거나 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굳이 계조도를 따지고 싶으면
    포토샵 보정을 하면 되는데,
    왜 저렇게 색감을 따지는지 이해가 안갔어요.
    그래도 정말로 색감이 좋은 렌즈구나..하고 생각정도는 하고 있었는데,
    이 글 보고 그 생각이 싹 사라졌네요.

    사진 공부하면서, 이런저런것도 줏어듣고.. 그래서 지식을 쌓아왔는데,
    이렇게 가라지식도 많았네요.

    역시 사진 찍는 사람의 마인드가 가장 중요하죠.^^

    • 렌즈와 카메라는 그냥 도구일 뿐인 것이에요.
      보통 비싼 카메라 들고 다니는 사람치고 사진 잘 찍는 사람은 드물어요.
      특히 프로들은 필요에 의해 장비를 구입하지 저 장비가 단순히 좋아보여서 구입하는 일은 없어요.

      매그넘 작가중에 무거운 소위 플래그십 들고 다니는 사람이 드문것도 그런 이유.

  • 와앙 2010.04.01 00: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미묘한 차이는 실제로 존재하는것 같습니다. 렌즈 자체의 성능이 문제인지 카메라 바디와의 문제인지 확실히 존재하며 지인의 경우 사진만 보면 바로 서드파티 렌즈를 구분해냅니다.(별다른 보정없을경우) 뭐 요즘 보정때문에 차이가 없다지만 보정을 적게 또는 안하는 분도 많고, 사실 보정이라는게 너무 광범위해서 광각의 왜곡까지도 보정가능한거 생각하면... 어느정도 일단 좋은 원본을 만들어내는것도 중요한것 같습니다. 다만 너무 여기에 시간과 돈을 쓰는것은 상당한 에너지 낭비인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장비와 관련해 전문 사이트 정도 하나 찾아서 참조하고, 나머지는 사진에 에너지를 쏟았으면 합니다.

    • 디지털의 경우는 카메라 본체의 파라미터 설정이나 개성에 영향을 크게 받는 편입니다.
      렌즈의 영향도 다소 있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블라인드 테스트하면, 이건 탐론이다 시그마다 맞출 수 있는 사람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할 겁니다.
      좋은 원본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역시 사진가의 의도겠지요.
      사진이 단순히 실제의 재현만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사진보다는 동영상 같은 수단이 더 효과적일 겁니다.

  • 글세... 2011.09.08 03: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상당히 삐뚜러진 사람이군요 세상살기 힘들겠습니다
    나만옳다 남은 다 틀리다 라고밖에 안들리는군요

  • 카메라는 렌즈가 중요하다. 뭔 헛소리를 장황하게 하는가??
    이 글을 쓴 사람의 사진을 보고 싶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