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아저씨를 둘러싼 인터넷과 오프라인의 기류가 바삐 돌아가고 있는 모양이다.
애초에 미학을 전공했고, 대학강단에 서는 사람이 사회문제에 이래라 저래라 하기 시작하면 대충 그 입에서 먹물로 절일대로 절여진 단어들이 나오게 되는 법이다.
하지만 진중권 씨는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쉬운 말로 자신의 의견을 내세웠고, 덕택에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여기서 교훈 하나. 역시 글은 쉽고 봐야 한다).
아무튼, 언제였나, 촛불이 활활 불탈 때, 몇몇 진보신당 관련자들과 짧은 대화를 나눴었다.
거기서 들은 이야기는 가물가물하기도 하고, 술자리에서 오간 이야기라 다 옮길 수도 없다.
제일 중요한 한 마디는 이거였다.
"진보신당 내부에서도 진중권을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용하고 있다"
내가 가지고 있던 국내 자칭 진보세력에 대한 믿음은 이미 민주노동당 분당 당시 모두 버렸다.
이 땅에는 정말로 친북 주사파가 존재하고 있으며, 그 중 대다수는 민주노동당에 둥지를 틀고 있다는 수꼴들의 주장이 확인되는 순간이었으며, 진보를 참칭하는 어설픈 헛똑똑이 무리의 무능함과 저열함을 새삼 깨닫게 해 준 사건이었다.
자칭 진보 세력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투쟁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사실이다.
운동은 투쟁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운동=투쟁이라는 도식을 세워놓고, 여기에 맞지 않으면 진보가 아니라느니, 우파라느니, 자본가라느니 하는 식으로 욕지거리를 뱉는다.
무슨 집회나 문화제에 깃발을 내세우는 것은 기본이고, 과격한 문구와 붉게 노랗게 공격적으로 색을 입힌 선전물이나 유인물을 뿌려댄다.
물론 동기는 순수할 지 모르겠지만, 그 방법은 대중들로부터 호응을 얻기 힘들다.
과거 공산주의자들은 대중을 향해 스며들기를 잘 했다.
죽창과 완장으로 대변되는 그들의 언변은 결국 북한에서 전무후무한 3대 세습 정권을 만들어냈을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대장정을 이어가게 하는 힘을 주었으며 결국 국민당 정권을 따이뻬이로 축출하는 대업을 이뤘다.
소련에서는 앙시엥레짐인 왕정을 무너뜨리는 기염을 토했다.
지금 이땅의 자칭 진보에게는 그런 재주가 없다.
처지는 절박하고, 옆에서 투쟁하라고 부추기니 투쟁만 일삼는다.
수꼴들이 오히려 과거 공산주의자들의 수법을 쓰고 있다.
대중들에게 투쟁은 위험하고 악랄한 것이고, 너희들이 가진 것을 모조리 빼앗을 것이라는 망상을 심어주고 있다.
여기에 대항할만한 논리가 지금의 자칭 진보세력에게는 없다.
사람이란 자신에게 큰 일이 들이닥쳐야 깨닫는 법이다.
이런 심리를 박살내고 수꼴에 대한 적대감을 품게 하려면 투쟁은 답이 아니다.
진중권 씨는 그런 의미에서 꽤 중요한 존재다.
논리가 있고, 대중에게 씨알이 먹히는 말을 할 줄 안다.
정권이 제거해야 할 대상 1호다.
그러나 그는 투쟁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그렇기 때문에 진보신당 내부에서 그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것일게다.
깃발들고 죽봉 휘두르는... 그러니까 투쟁을 안 하는 사람은 진보가 아니라는 그들의 도식에 맞지 않으니까...
그저 "진보신당의 인지도를 조금 높여줄 수 있는 광대" 쯤으로 생각한다고 하더라.
그 술자리에서는 진중권 씨도 이 사실을 어느 정도는 아는 것 같더라는 말도 나왔다.
진중권 씨의 진보신당 탈당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일일 것이다.
지금 자칭 진보세력들이 쌍용자동차 앞에서 투쟁을 부추기고 있더라.
칼라TV는 좋답시고 그걸 중계하고 있고...
그들의 절박한 처지 내 모르는 바 아니다.
나도 쌍용 사측의 악랄함에 분노가 터진다.
하지만 "철탑에 올라가 경찰이 오면 새총을 쏴서 모두 물리치겠다"고 하면, 길거리 지나다니는 사람들 몇명이나 호응해 줄 것 같나.
결국 저것들 또 불법폭력 시위한다고 하고, 좆쭝똥에게 좋은 먹잇감이나 하나 던져주는 것이다.
투쟁보다는 설득과 대중과의 연대가 먼저 필요하다.
투쟁, 승리 같은 과격한 단어는 나중을 위해서 좀 아껴두고, 진중권 아저씨 같은 언변을 가진 사람들을 앞세워야 한다.
그런데 자칭 진보 헛똑똑이들은 그런 짓을 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결국 진중권 씨는 실용정권에 의해 실용적으로 제압당할 것이며, 자칭 진보는 그나마 가지고 있던 제일 소중한 무기를 곧 잃게 될 거다.
개한민국의 미래가 암담하다는 이유는 바로 이런 것 때문이다.
거악에 대항할 세력도 결국도 그 거악과 비슷한 수준의 정신연령이라는 거.
정말 두서없는 글이지만 어쨌든 그렇다.
비도 오고 기분도 안 좋은 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