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통의 인천 부평 진미아구탕

실 아구찜은 좋아하는 음식이 아닙니다.
젊은 사람들이 아구찜집에 아주 안가는건 아니지만, 보통 나이 좀 적당히 드신 분들께서 즐겨찾는 메뉴죠.
일단 제대로 하는 집이 아니면 너무 맵기만 하고 맛은 없어서 입맛 잡치기 딱 알맞거든요.
또 소주 같은 맛없는 술의 안주로 어울리다보니, 소주 싫어하는 저로서는 자동적으로 멀리하는 음식입니다.
미식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양념의 맛이 원재료의 맛을 묻어버리는 대표적인 음식이기에, 제 체질과는 썩 맞지 않는 메뉴입니다.

아무튼 온 가족이 외식이라도 할까해서 밖으로 나갔는데, 가는 곳 마다 사람이 만원이라 어디 앉을곳도 없고, 어쩌다가 들어간 닭갈비집은 이게 뭐 장난하자는 것도 아니고, 주문을 받지도 않고 그렇다고 테이블에 벨이 있는 것도 아니고.
뭔가 잔뜩 뿔이나서 터덜터덜 돌아다니다가 겨우 발견한 것이 20년 전통을 자랑한다는 아구탕집이었습니다.
집안 어르신이 더 돌아다니기도 힘들고 해서 그냥 이 집에서 아구찜이나 먹자고 하셔서 털레털레 들어갔더랬죠.
위치는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입니다.
자세한 위치를 알고 싶으신 분은 여기를 클릭해 보세요.
사장님이 인터넷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듯 해서, 메뉴판 닷컴 이외에는 등록이 되어 있지않더군요.

진미 아구탕을 소개합니다. 가게는 일반 가정집을 대충 뚝딱뚝딱해서 쓰고 있어서 안팎이 허름해보입니다. 의자가 있는 테이블이 없기 때문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합니다.

위치를 말로 설명하기가 참으로 애매합니다. 부평역 부근의 모텔촌 한가운데에 차돌박이에 차돌 박혀 있듯 콕 박혀있습니다.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애매하기 때문에 대중교통으로 이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간판에서 오는 압도적 포-쓰가 남다르지 않습니까? 무려 20년 전통이라니...


20년 전통이라는 간판의 무게감이 압도적이지 않습니까?
보통 음식점이 몇년은 고사하고 몇개월을 못가 업종변경이나 폐업을 하는 요즘같은 시대에, 20년을 한 메뉴만 고집해왔다니 놀라운 일입니다.
메뉴는 아주아주 단촐합니다.
점심메뉴인 듯한 동태탕이 하나 붙어있는 것 빼면, 아구탕 or 아구찜만이 있을 뿐입니다.
Simple is the best.
술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네 종류, 가시오가피, 청하, 맥주, 소주.
물론 모두 병으로 나옵니다.
아구탕이나 찜은 보통 소주랑 같이 즐기는 편이죠.
가시오가피는 주문을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아마도 약주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메뉴는 이렇습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대/중/소가 있는데, 한사람당 만원가량 예산잡고 가면 네 사람이 가서 적당히 먹고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본찬도 단촐합니다. 종류는 몇 안되지만 반찬의 맛은 꽤 좋은 편입니다.

물김치입니다. 먹을만 합니다.

맛나보이는 멸치입니다.

무도 많이 들었고 더 달라면 더 줍니다.

멸치도 맛나네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구찜이 나왔습니다.

이게 대짜였는데요, 먹성좋은 남자 네 사람이 먹기에는 살짝 모라잘지도? 일행에 많이 안먹는 여성분이 끼어있다면 적당할 수준이겠습니다.

깨가 듬뿍 뿌려져 있고 콩나물이나 파도 적당히 익어있는 것이 겉보기에는 나쁘지 않아 보이죠?

맛도 꽤 괜찮습니다. 20년 전통이라고 하더니, 과연... 맛없는 아구찜이 횡행하는 야만의 시대에 한줄기 빛...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괜찮습니다.

너무 맵지도 않고 적당히 균형잡힌 맛이 좋네요.

네 명 가족이 가서 저걸 다 비우고 나왔네요. 콩나물도 적당히 익어서 꽤 맛있습니다.

다 먹은 다음에는 밥을 볶아 먹을수도 있습니다.

지글 지글.

테이블에 가스레인지가 없어서 이렇게 따로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이용해서 밥을 볶아줍니다.

먹음직스럽네요. 실제로도 맛있습니다.


실 아구찜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지만, 꽤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아구찜을 너무 맵게만 만드는 맛없는 집만 경험해서 그런지 꽤 신선했어요.
저처럼 아구찜에 흥미가 없는 사람도 꽤 즐겁게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만약 아구찜을 처음 접하거나 생소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집으로 와보시는건 어떨까 싶군요.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서 가게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 넓지 않아서, 열명 정도 앉으면 벌써 복작거립니다.
또 주차공간이 애매하다는 단점이 있고, 대로변에서 떨어져 있어서 쉽게 찾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구찜 맛은 괜찮으니 주변 사는 분들은 한번 들러보세요.
찜이 괜찮으니 탕도 괜찮을 것 같다는 근거없는 추측을 해봅니다.

무선랜은 당연히 잡히는 것이 없고, 콘센트도 없습니다.
IT기기들은 잠시 내려놓고 가세요.
No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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