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드 러너(Blade Runner, 1982)라는 영화가 있다.
굳이 이 자리에서 이런저런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굉장히 아주 상당히 꽤 대단히 퍽 무척 엄청나게 유명한 영화이므로 다들 잘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설마 이 영화를 모르는 꼬꼬마들이 있다면, 한글위키나, 영문위키를 참고하기 바란다.
아, IMDB 블레이드 러너 항목을 참조 하는 것도 좋겠다.
아니 다 때려치고, 당장봐라.
어디가서 영화 좀 봤다고 어깨에 힘주고 거들먹거리려면 이 영화는 필수 중의 필수다.

!!스포일러 주의!!

레이드 러너의 주인공 데커드는 인간으로 보인다[각주:1].
블레이드 러너라는 직업 자체가 레플리컨트를 "retire"시키는 직업인지라, 그가 인간임을 의심하기 어렵다.
그러나 영화 곳곳에는 주인공이 레플리컨트라는 암시가 등장한다.
특히 데커드가 꾸는 유니콘 꿈과, 영화 마지막 장면 게프가 자신이 왔다갔음을 알리는 의미로 아파트 현관에 놓은 종이 유니콘은 아주 노골적인 "데커드 레플리칸트說"의 유력한 증거다.
아니나다를까, 1982년 영화 개봉 이후로 묵묵부답이던 리들리 스콧 감독은 "데커드는 레플리컨트가 맞다"라는 언급을 지난 2002년이었나에 던져 팬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던 해묵은 논쟁을 완전히 일단락시켰다.[각주:2]

Open Ending이라는 것은, 내가 생각하기엔 사기라고 생각한다.
(상업영화에서는) 최소한 관객이 납득 할 수 있을정도의 힌트나 정보는 주어진 이후에 열린 결말로 나아가야지 대뜸 엉뚱하게 끝내버리면 관객모독이다.
블레이드 러너는 관객에게 떡밥을 적당히 던져놓고 열린 결말로 마무리하면서 많은 논쟁을 만들었으나, 확실한 것 한가지는, 감독은 답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열린 결말이랍시고 좀 이야기가 되어갈 즈음 끝나버리는 영화가 은근히 종종 있지 않은가.

셉션은 소위 말하는 열린 결말(쓰러질 듯 말듯 도는 토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셉션에서는 초반부터 주인공 Cobb과 그의 아내 Mal에 대한 많은 정보를 던져준다.
아내인 Mal은 Cobb의 통제불가능한 부정적 무의식이고, 영화 종반부 아리아드네의 도움으로 콥은 아내의 그림자를 떨쳐내기에 이른다.
이를테면 이 영화는 주인공 Cobb이 아내에 대한 죄의식을 벗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토템이 계속 도는지 멈추는지 그 결과를 확인하지 않고 콥은 아이들에게 향한다.
이 시점에서 콥에게는 토템이 계속 도는지, 쓰러지는지는 별 의미가 없다.
감독 크리스포터 놀란의 인터뷰에도 분명히 제시되지만, 
"더 이상 개의치 않게 되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당연히 영어지만, 최근 Wired와 놀란 감독이 가진 인터뷰 전문은 여기에서 볼 수 있다.
"Sometimes I think people lose the importance of the way the thing is staged with the spinning top at the end. Because the most important emotional thing is that Cobb’s not looking at it. He doesn’t care"

화 초반 Cobb이 토템을 돌려대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꿈이라면 분명 아내가 달려들어 자신을 괴롭힐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꿈인지 생시인지를 끊임없이 확인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미 아내의 그림자에서 벗어난 콥에게는 이제 꿈인지 현실인지가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더이상 죄의식을 지니지 않게 되었으며, 아내를 자신의 무의식에서 떨쳐내었고 아이들을 위해 살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만약 림보나 또다른 꿈이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일것이다.
콥은 이미 아이들이라는 중요한 존재만을 생각하게 되었으므로 언젠가는 꿈이라는 것을 깨달을 것이고 아이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또한 감독 말대로("Oh no, I’ve got an answer"), 이 영화는 열린 결말이 아니다.
답은 하나다.
마지막 장면이 꿈인지 꿈이 아닌지가 아니라, 콥이 아내에게서 벗어났다는 것이 답이다.

postscript.
영화를 조금 더 즐겁게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공식" 인셉션 만화.
이 만화는 영화와 스토리가 이어지며 영화 스토리의 시작 전 콥이 아서와 함께했던 또 다른 "추출" 작전을 묘사하고 있다.
영화 초반 콥이 왜 사이토에게서 추출을 시도했는지를 알 수 있다.
영화를 보지 않으면 이해가 어려운 편이다.
영어 버전은 여기서 볼 수 있다.
한글 버전은 여기서 볼 수 있으나 영어로 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발번역이다!).
만화의 초반부에서 콥을 계속 부르는 여자는 명확히 제시되지는 않지만 아마도 당연히 Mal일 것이다.

블레이드 러너에서는 감독의 언급에 주연 배우 둘이 화를 냈지만, 인셉션 같은 경우는 사뭇 다르다.
여기를 보면 알겠지만, 콥의 장인(개봉 당시 자막에서는 아버지라는 말도 안되는 발번역이!!)이자 아리아드네를 소개시켜주는 마일스 교수역의 마이클 케인이 엔딩은 꿈이 아니라고 강력히 주장한 인터뷰 내용이 있다.
  1. 아, 참고로 감독판 이후의 판본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현재 Final Cut이 나와있으므로 구하고자 하는 사람은 이쪽을 찾아보도록 하자. 그리고 블레이드 러너의 감독판에서 최초로 "감독판"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는 사실은 아시는가? [본문으로]
  2. 물론 이 발표에 모두 기뻐한 것은 아니고, 무엇보다 주연이자 데커드 역을 맞았던 헤리슨 포드는 인간과 레플리컨트의 대결구도가 깨졌다면서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또 다른 주연 로이 베티 역의 룻거 하우어 역시 자서전에서 이 같은 감독의 언급에 헤리슨 포드와 비슷한 이유로 실망했다고 적었다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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