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가는 기차"가 없어진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 모르겠다.
춘천으로 가는 기찻길이 복선화가 되면서, 12월 21일 부터는 전철이 다닌다.
기차와 전철은 엄연히 다르다.
물론 전철이 더 편리하고 빠르겠지만.
춘천 사람들은 복선전철이 들어오는 것을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추억이라면 추억이랄까, 기차가 없어지는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무엇보다 강촌역의 낙서들도 없어진다.
강촌역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에 강촌역에 빼곡하던 그 낙서들도 이제 영영 볼길이 없어진다.
김유정역 같은 작은 역도 없어지게 된다.

어지기 전에 기차타고 춘천에 다녀오자는 애인의 제안에 귀가 솔깃해져서, 결국 우리는 당일치기로 춘천에 갔다.
춘천여행을 간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리니, "우리 때는 춘천에 가서 차가 끊기는 것이 대세였는데 요즘은 차도 잘 안끊긴다"는 재치 넘치는 멘션들이 빗발쳤다. ^^
포스퀘어로 멈추는 역마다 체크인을 하면서 갔다.
새로운 사실을 안 것이 있는데, 서로 포스퀘어 친구일 경우, 한 사람이 먼저 포스퀘어로 체크인을 하고 다른 사람이 뒤따라 그 곳에 체크인하면 트위터에 "with 누구누구" 이런 식으로 뜬다.
신기하고 기분이 좋았다.

기차 안에서 바라보던 풍경. 사진이라서 잘 보이지 않지만, 할아버지 할머니와 강아지 한마리라는 뭔가 전형적인 시골집.

이 와중에 애인은 열심히 목도리를 뜨고 있다. 12월 안으로 떠준다고 했는데, 글쎄, 가능할까?

애인님하가 나를 찍어주셨다.

청량리역에서 남춘천역으로. 자판기에서 사니 100원을 할인해주네?

기차에서 내려서 본 남춘천역 풍경.

자아 나가는 곳으로...

이제는 영영 보지 못할 풍경. 전기로 움직이는 열차가 이곳에 서있는 기차들을 대신할 것이다.

건널목에 붙어있는 경고문구. 어긴가 정겹지만 이것도 곧 사라지겠지.

남춘천 역사.

천역도 이미 폐역이 되어 기차가 다니지 않는다.
(그마저도 곧 사라질) 경춘선의 끝은 이 남춘천역인 것 같다.
남춘천역까지 오는 길에 으리으리한 전철역들이 한창 공사중이었다.
마치 예술작품같은 철골구조로 멋있게 지어지는 건물들이었는데, 이런 나즈막한 역 대신 사람을 위압하는 거대한 역이 들어선다고 생각하니 어딘가 좀 삭막한것도 같고.
하지만 편리해지니까 사람들은 더 많이들 오가겠지. -ㅅ-

남춘천역을 내리면 보게 되는 풍경. "달리는 기차 바퀴가 대답 하려나" 다방이었던듯 한데, 지금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

군밤을 팔고 계시는 할머니 두 분. 점심을 당신들이 파시는 군밤으로 대신하고 계시는 것 같다.

춘천역 앞에 생뚱맞은 "부산"철물.

춘천역은 춘천중심가와 약간 거리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내리면 횡한 풍경이 맞아준다.
더군다나 전철이 새로 생기는 고로, 남춘천역이 문을 닫으면 사람들이 더 찾을 일이 없으니 더욱 스산해보일텐데...
어딘가 안타깝다.
어쨌든 우리는 일단 소양댐으로 향하기로 했다.
역 앞의 관광안내소에 물어보니 버스를 친절히 알려준다.
버스비는 1,100원.
역에서 내려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버스정류장이 있다.
게다가 우리가 내렸을 때 마침 소양댐 정상으로 가는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냅다 올라탔다.

버스에 올라타니 한무리의 어르신들이. 늙으면 말이 많아지는건가? 버스가 가는내내 쫑알 쫑알. *_*

버스타고 가면서 한 컷. 붙어있는 말들이 너무 재미있다. 춘천에는 102보충대였나, 하는 입영부대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군입대장병 환영이라는 문구가 붙어있는 것 같다.

관광안내 팜플릿에 나와 있는 닭갈비 소개. "의미를 찾을 수 없다"니, 너무 과격한 거 아닌가;

스에 타니 한 무리의 어르신들이 자리를 잡고 계신다.
뒤에 앉으려다가, 애인님하가 앞에 앉자고 하신다.
왜냐고 물으니 어르신들이 무슨 소리 하는지 듣고 싶다고.
정말 애인의 간절한 마음이 노인네들에게 닿았는지, 이 할아버지들은 버스 타고가는 내내 시끌시끌.
나이가 들면 말이 많아지는 것일까?
뭔가 재미있었다.
뭐 기사한테 계속 말을 걸고 귀찮게 하거나 자기네들끼리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주고받거나... 정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노인네 스피킹.
"어이 기사양반, 여기 땅값이 얼마나 되나?"
"우리는 그런 거 신경 안 씁니다~"
"기사 양반 뭐 뗏목 이야기를 하는 거 보니 여기 토박이인가보네"
"..."
"여기서는 양구를 못가나?"
"중얼 중얼"
(무한반복)
남춘천역에서 소양댐 정상까지는 약 40~5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버스 안의 전광판과 안내방송은 상당한 정확도를 자랑하고 있어서, 믿어도 될 수준이었다.
게다가 소양댐 정상으로 올라가면서는 정류장까지 남은 거리를 미터단위로 표시해준다!
대단한걸? 이런 시스템은 서울버스에도 없는 건데;;;

소양댐 준공탑.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무척이나 크다. 쨩 크다. -ㅅ-;

경치가 좋다. 저 아래로 보이는 것은 발전시설이라서 일반인이 막 들어갈 수는 없는 모양이다.

댐 부분.

"한국수자원공사 소양강다목적댐"

댐으로 생긴 호수 한 가운데에 있는 저 풀밭은 무엇일까 꽤 궁금했다. 물고기들 살라고 만들어 놓은 수초인가?

댐의 반대편 사면.

보트 한 척이 서있다. 고깃배인가?

애인님하가 찍어주신 내 모습.

소양댐 정상에 가면 준공탑 이외에도 박정희의 이름이 새겨진 기념비가 있다.

기념사진. ^^

뭔가 의도한 것은 아닌데, 기념비를 찍은 사진과 기념사진이 어딘가 구도가 비슷하게 들어맞아서 GIF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봤다. -ㅅ-;

박정희의 압박;;;

뭔가 육영수 돋는 기념비.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니. 덜덜덜;;;

양댐 정상에 다다르면 준공기념탑이라는 거대한 탑이 반겨준다.
개발독재시대를 상징하는 유물이랄까?
그리고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아무래도 박정희가 친필로 적었을 거 같은데, 소양호라는 기념비가 있고, 이에 질세라 육영수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괴단체의 기념비가 서있다.
정말 괴하다.
怪怪怪.
소양호에서 산 밑을 바라보는 풍경은 시원해서 좋기는 한데, 뭔가 산허리에 이런 거대한 댐을 놓을 생각을 하는 인간들의 버르장머리에 화가 치밀기도 한다.
소양호는 사력댐이라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이것은 말 그대로 모래나 돌을 쌓아서 물을 가뒀다는 뜻이다.
박정희 시대의 유물답게, 포탄 같은 것에 맞아도 댐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사력댐으로 지었다고 한다.
콘크리트로 지은 댐은 빨리, 편리하게 지을 수 있고 단단하지만 큰 충격을 받으면 쉽게 허물어지기 때문이라고.

소양호 주변으로 길게 늘어선 상인들. 옥수수니 군밤이니 같은 주전부리를 팔고 있었다. 필름사진이라고 써 있는 가게에는 아무도 없었다.

중간 중간 장사를 하지 않는 가게가 많았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무슨 사정이 있는 것 같다.

소양댐 정상에서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있는 서울올림픽 성공개최기념 조형물.

올림픽을 치렀던 나라였지. 하기사.

위쪽은 핸드볼을 묘사한 것 같다. 아래쪽에는 금메달 리스트들이 이름과 함께 새겨져 있다.

호돌이. 어딘가 을씨년스럽다.

양댐 뒤로 조금 들어가면 주전부리를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잘 보면 팔도강산이 다 모여있다.
서울댁, 부산집, 뭐 이런 식으로.
"보상완료 철거예정"이라는 팻말이 붙어있는 가게도 있고 영업을 하지 않는 가게도 꽤 많은걸로 봐서는, 여기도 무엇인가 사정이 있어보였다.
조금 더 들어가니 생뚱맞은 88올림픽 기념조형물이 맞아준다.
거대한 호돌이까지.
호돌이는 그 생김새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로 착각했었다고 한다.
솔직히 그냥 척 보면 저게 어디로봐서 호랑이야. 고양이지.
호돌이라는 이름은 당시 마스코트 이름 공모전을 진행해서 수만통의 엽서들을 들추고 들쳐서 고민 끝에 결정한 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뭐 댐 옆에 고양이호돌이라니. 정말 생뚱맞기 이를 데 없다고 생각한 순간, 우리는 충격적인 건물을 발견하고야 말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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