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스의 후덜덜덜 떨리는 유치함과 거지같은 화면빨, 거기에 비싼 연기자들 데려다 놓고 황당한 대사만 남발하는 어이없는 대본 덕에 1화 2화 딱 보고 끊었다.
요즘 짤방으로도 유행하고 있는 아이리스의 유명한 대사.
남자: 이 동상에는 숨겨진 전설이 있지...여자: 그게 뭔데요?
남자: (잠시 뜸 들인 후) 난 전설 따윈 믿지 않아.
여자: (...어쩌라고!!!)
그리고나서 수목은 버려두고 있다가 이번에 MBC에서 새로 시작한 히어로라는 걸 보게 되었는데, 이게 은근히 재미있다.
일단 아이리스 처럼 어깨에 쓸데없는 힘 들어가 있지 않은 유쾌한 분위기지만 할 이야기는 다 하고 있고, 1화 2화에서 복선을 잘 깔아놓고 있다.
물론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눈에 뻔히 보이지만 그것도 드라마의 재미 아니겠는가.
원래 주인공인 김민정이 어깨 부상을 입는 바람에 방영이 1주일 연기되기도 했으며, 결국 촬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하에 주인공을 윤소이로 교체하는 등의 우여곡절도 있었다고 한다.
루저들이 1등 신문에 도전한다
(선데이 서울의 패러디임이 분명해 보이는) 먼데이 서울의 기자인 진도혁(이준기 분)은 비루한 3류 잡지에서 일하고 있지만 정의로운 열혈청년이다.
그리고 그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잘 나가는 일류신문 대세일보의 기자 강해성(엄기준 분).
그는 대세일보 회장에게 총애받으며 회장의 영애와 교제중인 엘리트 중의 엘리트지만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부도덕한 일을 위해 자신의 양심과 신념을 버릴 수 있는 야비한 인물.
그리고 백윤식이 연기하는 왕년의 흉악무도한 조폭두목, 조용덕은 대세일보에 큰 원한을 가지고 있다.
조용덕과 진도혁은 대세일보에 개인적인 감정이 있고 우연히 인연을 맺은 둘은 먼데이 서울의 폐간을 맞이하여 의기투합, 대세일보를 때려눕히기 위해 용덕일보를 창간한다.
이 드라마가 마음에 드는 부분은 은근한 사회비판이 등장한다는 것.
특히 언론, 그 중에서도 신문 권력에 대한 날 선 비판이 숨어있다.
1등 신문은 비리도 1등
사회적 존경을 받는 "1등 신문" 대세일보의 등 뒤에는 악행을 일삼는 범죄조직이 도사리고 있으며, 정치인의 비리를 왜곡기사로 덮어주기도 하는 등 부도덕한 일들을 일삼고 있다.
그리고 강해성은 그런 부도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비리를 덮고 진실을 호도하는 전형적인 비리 기자다.
삼류 잡지 먼데이 서울의 기사가 오히려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대세일보의 왜곡 기사 한 줄을 더 신뢰하며, 이를 이용해 대세일보는 진실을 덮는다.
이거 어느 나라의 어떤 신문이랑 많이 닮지 않았나?
실제로 있을 법한, 아니 있는 이야기 아닌가!
그리고 대세일보의 엠블럼 역시 어디선가 많이 봤다는 느낌이 든다.
대세일보의 마크는 다름아니고 동아일보의 마크를 조금 바꾼 것이다.

동아일보 로고
극중에서 등장하는 대세일보의 마크는 동아일보 마크를 조금 바꾼 다음 한 가운데에 世라는 글자 하나 넣은 것이다.
이 정도되면 이 드라마가 어디를 겨누고 있는지 바보가 아닌바에야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강해성과 진도혁은 고등학교 동기로 설정되어 있는데, 학생회장 선거로 두 사람이 맞붙는다.
강해성은 금권 선거와 흑색선전으로 진도혁을 누르고 학생회장에 당선되는 야비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야비한 인물인 강해성은 "1등 신문" 대세일보의 기자가 된다.
이 드라마에서는 이처럼 엘리트라고 하는 인물들 중에 제대로 된 인간이 없다.
국회의원, 언론사 사장, 1등 신문 기자들은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해 비리를 저지르기 바쁘다.
이 드라마는 우리 현실을 교묘하게 비꼬고 있는 것이다.
동아일보 마크와 1등 신문의 더러운 작태는 우리가 작금 목도하고 있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부조리한 권위에 도전하는 것은 소위 루저들.
보잘것 없는 왕년의 조폭두목, 삼류잡지 기자들이 대세일보에 맞서는 것이 앞으로의 이야기 흐름이 될 것 같다.
연기자들에 못지 않는 제작진
이준기, 백윤식 같은 멋진 연기자들의 호연은 정말 드라마 볼 맛 나게 한다.
TV 화면으로 이런 연기력으로 검증된 배우들의 호연을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게다가 조연들도 한 내공하는 분들로 꽉꽉 채워져 있어서 눈이 즐겁다.
제작진의 면면도 상당히 흥미로운데, 일단 연출 김경희, 이동윤 감독은 "라이프특별조사팀"으로 만만치 않은 내공을 보였던 콤비다.
MBC에서 심야시간에 방영했던 드라마인데, 보험회사 조사원들의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풀어냈던 드라마였다.
미드의 수준에 근접하는, 오히려 더 뛰어넘는 부분이 있었던 드라마였는데 아니나다를까 히어로를 보니 그 때의 내공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박지숙 작가는 KBS에서 주로 경력을 쌓던 작가인데 아무래도 소재가 민감했던 것인지 혹은 다른 사정이 있었던 것인지 이번 작품은 MBC에서 방영하게 되었다.
시청률은 5%
1화 시청률은 겨우 5%를 기록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아이리스의 유치함이 대중에 먹힌 탓일 것이다.
아이리스 시청률은 큰 변동이 없었다고 하니 아무래도 앞날이 순탄치는 않아 보인다.
이대로는 조기종영도 가능 할 듯.
재미있는 드라마 하나가 아이리스 같은 질 낮은 드라마에 치여 없어지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지만 한국 시청자들의 수준은 아직 낮다.
앞으로는 좀 잘 되길 빌어본다.
그러니까 아이리스 같은 드라마 보지말고 히어로 보란 소리다. -_-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