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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표전시034] 만화 우표

이번에는 만화우표를 소개해 볼까 한다.

 

한국 만화의 역사는 수난의 역사였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세워진 후 지금까지 제대로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다.

박정희 정권 때는 아이들에게 유해하다고 해서 어린이날이면 운동장에 만화책을 잔뜩 쌓아놓고 불을 붙여 태워 없애기도 했다. 만화에 대한 대접이 이 모양이니 만화가들에 대한 대접도 좋았을리가 없다.

"라이파이"를 그린 작가 선생님은 만화책 내용 중에 '해방군'이 나온다는 이유로 남산에 끌려가서 고문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살인마 전두환의 군사독재정권에서도 나아진 것은 별로 없었다.

살인마의 부인 육영수가 만든 육영재단이 펴내는 "보물섬"이라는 잡지가 있었는데, 아기공룡 둘리를 비롯 아래 우표의 소재가 된 달려라 하니 등등 많은 명작이 이 잡지에서 나오기는 했지만 동시에 일본만화를 무분별하게 베껴낸 만화들도 지면을 채웠다. 더군다나 작품에 대한 검열도 동시에 이뤄졌으니 그야말로 만화의 암흑기였다고나 할까.

김수정 선생님이 나중에 밝힌 바에 의하면 아기공룡 둘리의 "코"인지 "뿔"인지 모를 그 야릇한 디자인은 검열때문이었다고 한다.

작고하신 고우영 선생님 같은 경우는 삼국지나 다른 작품들에 당한 가위질이 워낙에 심해서 나중에 딴지일보 주도로 복각판이 나오기도 했었다.

어쨌든 이런 상황에서 한쪽에서는 대본소 만화라는 장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으니... 좋은 말로 하면 프로덕션이요, 나쁜 말로 하면 만화공장이라.

이 집단 생산 체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리는 편이다.

사실상 서양이나 일본에서도 집단 창작이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의 대본소 만화가 특별히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고, 신인작가들의 창작의욕을 빼앗고 만화 유통시장을 어지럽힌다는 의견도 있다. 뭐 판단은 각자의 몫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그거라도 있는게 어디라고 생각한다.

대만 만화판은 일본만화를 100% 수입하는 걸로 유명할 정도로 만화 시장이 완전히 사멸했다.

만화우표 '이진주의 달려라 하니' 1997년 발행, 액면가 150원.

만화우표 '김종래의 엄마찾아 삼만리' 1997년 발행, 액면가 150원.

만화우표는 만화의 위상이 조금은 올라갔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문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했으며 이 과정에서 만화도 국가적 지원을 받아 그 위상이 다소 높아졌던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최초라 할 수 있는 만화 우표도 이 즈음해서 등장했다.

1997년 등장한 이 만화우표는 그야말로 한국 우표사나 만화사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 인기있던 만화들을 선정해서 시리즈로 만화우표를 내놓았는데,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단 두 장 뿐이라 일단 두 장만 소개한다.

 

우표의 질은 과거 우표와 비교를 불허 할 정도로 좋아졌음을 느낄 수 있다.

종이질과 인쇄품질이 무척 좋다는 것을 대충봐도 느낄 수 있다.

달려라 하니는 보물섬에 연재되던 만화로 고아지만 육상을 통해 꿈을 이뤄가는 소녀 하니의 성장기를 그리고 있다. TV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지금도 이선희 씨가 부른 주제가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당시 TV의 힘이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케 한다.

엄마 찾아 삼만리는 김종래 선생님이 남긴 400여편의 작품 중 하나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엄마를 찾는 소년의 이야기다. 가난했던 60년대~70년대 아직 TV나 라디오가 보급되지 않았던 전후의 어두웠던 시절을 달래주었던 작품 들 중 하나라고 한다.

 

만화 우표는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우표다.

그 달라진 시기가 97년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후진성도 같이 느낄 있다.

사실 만화풍으로 그려진 우표는 이전에도 있었는데, 동화우표라는 것이다.

동화우표 감상하기 http://bit.ly/4f5gP7

이 만화우표의 원조격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만화우표가 나오고 만화에 대한 대우나 인식이 사회적으로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벽은 높다.

과거에 느낌표라는 MBC 오락 프로그램에서 한 시민에게 김용만이 "책 뭐 읽으세요?"라고 묻자 "만화책"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용만과 진행자들은 깔깔대며 "비웃었다."

만화의 사회적 인식이라는 것이 그렇고 그런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일본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헐리웃 블락버스터를 물리치는 문화산업의 방패로 성장한 지 오래다.

일본 만화는 세계를 점령했으며 우리나라도 사실상 반쯤 점령당한 상태다.

만화가 새롭게 도약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다.

근래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는 웹툰 시장이 단지 포털에 종속되어 있는 방문자 늘리기용으로 그치느냐, 아니면 만화사업의 부흥을 일으킬 수 있는 도화선이 되느냐에 대해서도 심도있는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다른 우표 감상하기. http://j.mp/32v7z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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