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출신 블로거들이 꽤 인기가 있고, 오마이뉴스를 시작으로 해서 시민 저널리즘이라는 말까지 돌아다니면서 블로그를 대안 언론 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뭐 블로그는 도구일 뿐이니까, 그게 언론인 손에 들어가면 언론이겠고, 기업인 손에 들어가면 마케팅과 홍보도구 이겠지.
그런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블로거는 블로거이지 기자는 아니다.
특히 언론이나 저널리즘이라는 말에 너무 깊게 파고들어간 나머지, 신문이나 잡지에서 흔히 보는 식으로 "기사를 쓰듯" 포스트를 작성하는 블로거들이 종종 있다.
(요즘은 좀 덜 한 모양이지만...)
또 아주 오래전이기는 하지만 어떤 블로거 하나가 "블로거들이 역피라미드 식으로 포스트를 작성해야 한다"라고 하는 아주 어이없는 주장을 펴는 것도 봤다.
아마도 언론인 지망생이었지 않았을까 추측해 보는데, 한 마디로 헛소리다.
1. 역 피라미드 방식?
그게 뭐야 먹는거야?
물론
못 먹는다.
그러니까 피라미드를 뒤집었다는 것은
제일 두터운 부분(=제일 중요한 부분)이 위로 올라왔다는 것을 뜻한다.
6하 원칙(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에 따라서 핵심이 되는 부분을
기사의 제일 앞에 배치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사의 뒤로 갈
수록 쓸데 없는 이야기라는 의미다.
몇몇 설이 있기는 한데,
최초로 사용한 것은 AP(The Associated Press) 통신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역 피라미드의 장점은, 중요한 내용이 제목이나 기사 앞에 오므로 앞머리만 읽으면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
익숙해지면 기자가 기사를
생산하기 제일 쉬운 방식이다.
6하 원칙에 따라 사실을 조사해야
하므로 오보의 가능성도 낮출 수 있다.
무엇보다, 종이 매체에서는
활자를 얹을 공간이 항상 모자라므로, 편집 할 때 역피라미드 방식이 제일
편리하다.
뒤로 갈수록 중요도가 낮은 이야기가 나오니까, 공간이 빡빡하면
뒤에서부터 쳐내면 되는 것이다.
때문에 종이매체의 기자는 무조건 역
피라미드 방식으로 기사를 쓰게 된다.
하지만 역 피라미드의 창시자로
유명한 AP도, 역 피라미드 방식을 버리고 있다.
AP의 새로운 기사 생산 방식
http://blog.ohmynews.com/dangun76/172397
2. 블로그에 역 피라미드를 꼭 써야 해?
AP 마저도 버리고 있는 낡고 고루한 방식.
웹이 정보 전달의 수단으로 굳어지고 있는 지금, 종이 매체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10년전에는 나도 인터넷이 신문을 죽일 것이라는 예언에 콧방귀를 뀌었다.
하지만 지금 주변을 살펴보면 인터넷 사이트를 가지지 않은 신문사가 없고, 오직 인터넷에서만 활동하는 '인터넷 언론'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미국을 살펴보면 더욱 심각하다.
뉴욕 타임즈 밑에 있는 보스턴 글로브가 폐간 위기를 겪고 있을 정도이며, 미국의 일부 신문은 오프라인 배포를 중단하고 온라인에만 주력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역 피라미드라는 것은 공간이 부족한 종이매체에나 어울리는 방식이며, 이로 인한 한계는 이처럼 온라인 매체에 의해 극복되면서 오프라인 매체의 몰락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역 피라미드를 온라인에 적용하겠다고?
지금 제정신인가?
.
.
.
니가 미쳤어~ 정말 미쳤어~
.
.
.
역 피라미드
방식의 기사는 사실전달에 유리 할 지는 몰라도, 딱딱하고 재미 없다.
또 6하 원칙이라고는 하지만 그 허점을 악용한 왜곡 기사도 적지
않다.
예를 들자면 "A가 유리창을 깨고 무단 침입을 했다"는
기사가 있다고 치자.
이 내용만 보면 A는 나쁜 놈이다.
하지만 "A가 유리창을 깨고 불타는 집에 들어가서 사람을 구했다"고 하면 A는 용감한 시민이 된다.
이런 식의 의도적 왜곡이나 짜집기는 역 피라미드가 발전하는 동안에 마찬가지로 똑같이 '발전'했고, 대부분의 국내언론, 심지어는 한겨레 마저도 즐겨쓰는 방법이다.
서로 때렸는데, 한 쪽의 구타만 심각하게 묘사하며 부각시킨다든지, 분명 한 쪽의 잘못이 큰데도 양 쪽 모두의 잘못으로 몰아부쳐 물타기를 한다든지...
이미 역 피라미드 방식은 그 자체의 모순과 한계로 인해 생명력을 잃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창시자 AP마저도 버리고 있는데, 그걸 블로그에 적용시키자고 하면 그건 병신인거다.
3. 그럼 어떻게 써야하나?
자유롭게 쓰면 된다.
"모든 것에 작별을 고하다"
http://deulpul.egloos.com/1419017
반드시 위의 링크를 방문해서 전문을 읽어보기 바란다.
블로거가 지향해야 할 곳은, "A가 불난 집에 들어가 B를 구했다"를 넘어선 저 멀리다.
"A는 평소 성품이 단정하고 불의를 참지 못해 어쩌구..."
하는 식의 구닥다리 서술 방식으로는 기존 언론의 베테랑 기자들과 경쟁 할 수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웹이라는 새로운 매체에는 새로운 글쓰기 방식이 필요한 것이다.
블로그는
종이의 제한이 없고, 사진과 동영상, 음악을 자유로이 올릴 수 있다.
저작권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끌어다 쓸 수 있는 것은 모두 끌어다 쓰고, 재미있고 유쾌하게 쓰자.
언론사에서 일하는 배불뚝이 기자들 흉내내서 무슨 광영을 보겠는가.
게다가 그들은 역 피라미드의 달인이다.
5분만에 기사 써서 송고하는 마당에 속보성에서 승부를 볼 수도 없다.
블로거는 블로거지, 기자 흉내를 내면 안 된다.
재미있게, 진실을 재미있게 담는 연습을 하자.
역 피라미드? 그런 건 개나 줘라.
그런 의미에서 미디어 몽구와 같이 동영상 특화 블로그 등은 블로그 그 이상의 연구대상이라 할 만하다.
미디어 몽구
여하튼 역 피라미드는 버릴 때가 왔다.
블로거들은 기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재미있는 글 쓰기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