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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나는 마이너 -_-

MBC에서 주말 연속극으로 기획한 '친구'에 관한 이야기로 시끄러운 것 같다.
되돌아오지 말았어야 할 전설이라는 악의적 평가도 있는 대신, 안방극장에서 다시 보게 되어 즐겁다는 반응도 있고...
물론 나는 밀리터리 쪽에 심취해 있기 때문에, EBS에서 하는 무려 "HD" 머나먼 다리를 시청했다.

"우리는 너무 먼 다리를 공격한 거 같아"


아이젠하워는 독일 국경과 연결되는 여섯 개의 다리를 확보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 하지만 날씨, 작전의 오류 등으로 인해 수많은 인명만 희생된 채 작전은 실패로 ...


렸을 때 심심하면 틀어주곤 하던 전쟁영화들 중의 하나....
콰이강의 다리, 나바론 요새, 멤피스벨 뭐 그런 종류 중의 하나였지만, 어렸을 때 보다보니 이해도 못했고 무슨 장면이 있었는지 기억도 안 나고 아마 보다가 잔 것 같다.
-_-
그런데 나이먹고 다시 보니 정말 걸작이랄까...
일단 옛날 영화인데도 HD로 다시 뿌려주니 화질이 좋아서 감탄.
CG가 없던 시절이라 엑스트라와 물량이 전부 '진짜'라는 데서 또 감탄.
전쟁을 낭만적으로 그리던 고약한 인습이 있던 할리우드에서 보기드물게 시니컬한 시점을 유지하고 있다는 데에서도 또 감탄.
독일군이 독일어로 말한다는 아주 당연히 그래야 할 부분에서도 또 감탄(이게 당연히 그래야 하는데, 이 당연한 것을 지킨 영화는 의외로 드물다).
숀 코네리같은 명배우들의 젊은 모습도 좋았다.
특히 숀 코네리는 영국억양을 팍팍 쓰는 영국 코만도 사단장으로 나오는데, 역시나 멋있다.
스토리 전개가 다소 느리기는 하지만, 영상의 규모와 스펙터클은 요즘 CG떡칠 영화들이 따라가지 못할 무엇인가가 있다.
게다가 실패한 작전인 마켓가든 작전을 영화로 제작했다는 것 자체가 할리우드에서는 보기 드문 일 아닌가...

켓가든 작전은,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 작전 이후 독일본토로의 진격이 지지부진하자, 우회로라고 할 수 있는 네덜란드 쪽 라인강을 통해 독일로 진입하려는 작전이었다.
노르망디에 상륙한 연합군 사령부는, 처음에는 일단 유럽본토에 발을 디디기만 하면 독일국경까지는 한달음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프랑스 남부에서 진격이 3개월 이상 정체되면서 병력이 슬금슬금 소모되고 있었다.
독일군은 그래도 한 때 유럽을 석권한 군대였기에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으며, 특히 실전경험이 부실하고 영국군이나 기타 유럽 출신 병사들에 비해 사기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미군들에게는 벅찬 상대가 틀림없었다.
제 아무리 제공권과 막대한 물량이 뒷받침되는 유리한 싸움이라고는 하지만 독일군은 틈새만 보이면 악랄하게 반격을 가해왔던 것이다.
그래서 초조해진 사령부의 높으신 어른들이 지도를 펼쳐놓고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이 마켓가든 작전이다.
조바심이라는 아버지와 탁상에서 펼쳐 놓은 지도라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 작전은 결국 애꿎은 수 많은 젊은 장병들의 목숨을 잃게 만들고 만다.
미국에선 훗날 이 작전에 대한 국회 청문회까지 열릴 정도로 큰 정치적 파장이 일었다 하니 얼마나 많은 사상자 및 손실이 있었는지를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

전은 간단했다.
노르망디에서 공수부대로 후방을 교란했던 작전이 보기좋게 성공했으므로, 이번에도 역시 그 작전을 써먹는다.
공수부대가 적진 후방에 침투하여 단숨에 전략 거점인 "다리(그렇다, 그 머나 먼 다리다)"를 점령하고, 기갑부대가 재빨리 전진하여 그들을 서포트 한다는 작전이었다.
지도상으로만 보면 만약 성공했을 경우 네덜란드로 우회하여 독일에게 똥침을 놓을 수 있는 완벽한 작전이었다.
하지만 몇 가지 맹점이 있었는데, 공수부대는 낙하산으로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기 때문에 화력이 약하고 특히 기갑전력에 매우 취약하다.
만약 강하지역에 장갑차 한대라도 있을 경우에는 강하병들이 지옥문턱까지 가게 되며 탱크라도 한 대 있으면 그들은 지옥으로 직행한다고 봐야한다.
조바심에 손톱을 뜯어먹고 있던 사령부에서는 마침 들어온 "적진에는 노인과 아이들로만 구성된 허약한 병사들 뿐이며 기갑전력은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 첩보만을 믿고서는 공수부대 투입을 주저없이 결정해 버린다.
물론, 아주 당연하겠지만, 독일은 자신들이 똥침을 맞을 수 있는 쌍바위 계곡에 해당하는 바로 그 곳을 허술하게 방비할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장갑차는 물론 탱크까지 있었던 것이다.... -_-

치명적인 정보는 네덜란드 저항조직에 의해 연합군에 알려졌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묵살되거나 전달되지 못했다.
아마도 자신들의 전력을 자신했던 연합군 사령부에서 고의로 묵살했거나 전시 정보 체계의 혼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작전은 시작됐고 결과는 뻔했다.
아, 시망...

2009년 4월 14일 ... 그나마 조금 사정이 나았던 9SS 기갑수색대대는 마켓가든 작전 당일 독일로 향하는 화차에 적재되고 있었고, 결국 다 합해봐야 사단 총원은 3천 명 ...


영화에서 처참한 작전실패를 목도한 장성들이 서로 이런 저런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황급히 자리를 뜬다.
결국 "빌어먹을 전쟁탓"이라는 말 까지 나오며 이 참패의 책임을 누구도 지려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오는 명대사,

"We attacked a bridge too far..."

"우리는 너무 먼 다리를 공격했어."

결국 네덜란드로 진격하려는 연합군의 장밋빛 꿈은 철철 흐르는 장병들의 붉은 피에 잠겼으며, 나치독일은 이듬해까지 항전을 계속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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